언제부터였나요. 조슈아에게ㅔ서 느껴지는 낯선 향기와 잦은 외박, 줄어든 메시지는. 당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그의 얼굴은... 최근에 제대로 마주한 날이 있긴 한가요. 따뜻하게 당신을 감싸던 그 목소리가 그리워집니다. 나는 여전히 사랑하는데... 당신은 나를 여전히 사랑하나요? 입안에 쓰디쓴 문장이 맴돕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아서 차마 물어볼 수 없는 그 물음이. 레일라, 이 사랑에 끝을 낼 때가 왔습니다. 자의로, 그리고 타의로 우리의 사랑에는 마침표가 찍힙니다. 3년 전 버진로드에 섰던 우리는, 지금 이혼 법정에 서게 됩니다.
레일라는 사랑하는 조슈아에게 검은 색의 아로마 향초를 하나 받았습니다.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것으로, 새로 열린 캔들 샵에서 추천을 받은 것이라고 하네요. 레일라는 그런 조슈아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여, 아로마 향초에 불을 붙이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자, 레일라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서양식 저택의 멋드러진 방입니다. 꿈인가, 싶어 눈을 깜박이는 가운데, 레일라에게 다가오는 것은 정장을 갖춰 입은 조슈아였습니다.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요?
「상품은, 천진난만한 너.」
어두운 하늘,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얼마 전의 일입니다. 명성난 귀족 가의 결혼식이 사흘 남은 날이던가요. 그래요, 조슈아의 결혼식이요. 그의 뜻 하나 없는, 애정 하나 없이 곧 이루어질 정략혼. 그러나 은밀하게 도는 또 하나의 소문을 당신을 들었습니다. 그의 이름모를 약혼자가 죽었다는 것. 그날이었습니다. 당신에게 결혼 반지와 함께 도착한 하나의 의뢰.
조슈아와 레일라는 최근 주변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방탈출 카페에 방문합니다.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유달리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는 이야기로 SNS에서 핫하다나요. 덧붙여서 사이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하긴, 방탈출이잖아요. 제한 시간 안에 탈출을 하려면 마음을 모아 협력해야 한다는 건 어린 아이도 알 법한 상식입니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어째 얼굴도 안 보고 지낸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지만… 뭐, 설마 그런 일이 두 사람에게도 일어나겠어요? 어쨌거나 두 사람은 데이트 겸, 혹은 사이를 조금 더 진전시키고자 방탈출 카페에 방문합니다. 테마가 뭔지는 알고 가냐고요? 그럴 리가요, 그런 걸 알고 가면 스포일러인걸요!
레일라와 조슈아가 눈앞에서 그들의 행적을 놓친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사교도의 온상이었던 ■■ ■■■■! 당신이 현장을 덮치기 직전, 거짓말처럼 사건이 해결되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죠. 그간 했던 고생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물론, 사교도들이 흩어진 건 분명 기뻐할 일이지만, 와해한 잔당을 쫓는 일은 배로 골치 아팠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다시 한번 레일라와 조슈아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레일라와 조슈아의 손에는 호화 유람선, ‘카지노 로맨스’호의 표가 들려있습니다. “잠입 수사는 골치 아프지만, 잔당들이 모여 다른 조직과 ‘거래’를 한다는 정보야. 이 이상의 기회는 없겠지.” 여러분이 여태 쌓아 올린 모든 노력은, 바로 이 순간, 최후의 싸움을 위해서 준비된 것입니다.
아직도 0.0032%의 기적을 찾고 있다면, 당신에게 초심자의 행운을 선물합니다.
당신은 압도적인 <행운>, <기적>, <승리>에 관심 있나요? 인생의 중심이 그것이었더라도, 혹은 그런 삶을 멀리에 두고 살았더라도…… 언제나 니케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을테죠. 공평한 승리의 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레일라와 조슈아는 지금 거대한 카지노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레일라는, 훗날 이 날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앗, 말실수입니다. 설마 별 일 생기겠어요? 그것도 이렇게 큰 카지노에서!
아직은 쌀쌀한 초봄, 기분 전환 삼아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레일라는 여행 일정이 다 지나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먼저 연락이 왔던, 당신이 연락을 보냈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지내보니 좋은 곳 같아서, 앞으로 여기서 살기로 했어. 아예 이쪽으로 이사해서 그곳에 있는 짐은 모조리 버리고 여기서 새로 살거야. 앞으로 보기 힘들겠네. 갑작스러운 결정입니다. 이렇게 대책 없는 결정을 할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당황한 당신은, 시간을 내서 직접 그곳에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던, 적어도 얼굴 보고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던. 떠나는 길에는 얕은 비가 내립니다.
오래된 숲 속에 있는 고아원. 조슈아와 레일라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입니다. 조슈아가 레일라에게 어렸을 적 부터 지독한 소유욕과 집착을 드러낸 건 고아원 사람들이라면 전부 알 만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집착이 과연 조슈아만의 것일까요?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 겨울. 계절이 지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나가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이 겨울이 지나면 레일라는 성인이 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젖은 생쥐 꼴로 달려들어 온 우체부가 내놓은 소식은 일주일 째 이어진 궂은 날씨보다 더 충격적이었죠. -경, 실족으로 사망. 아, 그는 분명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이어져, 피가 섞이진 않았다지만.. 분명 아버지, 가족이지요. 어지러움에 휘청이는 어머니를 붙잡아 위층으로 올려보내면, 조슈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그는 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로 말합니다. “ 장례를 치러야겠네. 그렇지, 레일라? “